한국인의 라면 즐기기,“냄비 뚜껑을 지켜라”

2018-11-19 04:21王元濤
中国(韩文) 2018年1期

글|왕위안타오(王元濤)

한국인들이 얼마나 라면을 좋아하는지 외국인들은 짐작도 할 수 없을것이다. 서울의 거리를 걷다보면 놀라운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라면가게’라는간판을 내건 가게, 그 가게의 메인 요리는 다름 아닌 라면이다.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라면이란 집에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 그뿐이다. 그런데 전문 식당에서라면을 즐기다니, 아마도 전세계에서 한국인들이 유일하지 않을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국에서는 비단젊은이들만 라면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50-60대 아저씨들도 라면에 대한 남다른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한한국인 친구에 따르면 이러한 문화는 한국만의 독특한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한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가 비약적 발전에 시동을 걸면서 ‘한강의 기적’이 시작됐다. 기업은 그 규모를 막론하고 무슨 일을 하든 성공했고, 무엇을팔든 돈을 벌었다. 회사의 오너와 직원모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열심히 일하면서 점심을 거르는 것은 물론, 밤에는 야근도 불사했다. 라면은 그렇게 청춘을 불태운 이들의 첫 번째 ‘목격자’가 되었다.

사실 ‘목격자’는 고상한 표현이고,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라면을 먹는 것은‘집에 돈다발을 가져다 주는 것’과 일종의 조건반사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때문에 한국의 상당수 중년층들에게 있어 라면은 바로 개인의 꿈과 국가의 꿈이 함께 자라던 시대에 대한 추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라면에 대해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물론 당시의 불꽃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습격했던 1997년에 꺼져버리고 말았다. 그 이후 생계는 막막해졌고 하루하루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주역들 중 일부는 은퇴를했고 일부는 일자리를 잃었으며, 결국에는 하는 일 없이 라면가게에 앉아 라면을먹는 신세가 되었다. 라면을 먹으면서 과거의 영광과 고생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게됐다.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았다면 한 가지 인상 깊은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한국인들이 라면을 끓이는 장면이다.한국인들은 집에서 라면을 끓일 때 누런색의 작은 양은냄비를 자주 사용한다. 또한 맑은 탕에 라면 그대로의 맛을 즐기며다른 고기나 채소는 전혀 넣지 않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고 면이 다익으면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라면을 즐긴다.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고 왼손으로는 냄비 뚜껑을 받쳐 드는 것이다.가끔 친구 여러 명과 함께 라면을 먹을때면 힘으로 냄비 뚜껑을 쟁탈하는 장면도 연출되곤 한다. 접시나 그릇에 라면을덜어 먹으면 그 맛이 덜하다는 게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필자 개인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매콤한 라면에 아삭아삭한 김치를 곁들여먹는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라면에 중독된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나는 우선 입가의 침부터 닦아야겠다.

최소한 필자가 한국에서 살던 동안에는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그러나 중국에서는 라면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있어왔다.이러한 고론(高論)에 대해 한국인들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영양가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고기 보다는 당연히 지방이 적고 채소 보다는 비타민이 적겠지. 그런데 왜 라면을고기나 채소와 비교해야 하는 거지? 쌀과비교해서는 전분이 결코 적지 않아. 쌀과비교해야 공평한 거지.”

필자 가족이 중국에 돌아온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생긴 습관 한 가지는 여전히 그대로다. 바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최소 한끼는 라면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란 뭐랄까, 마침내 주말까지 버텼으니 마음껏느슨해져도 된다는 느낌이랄까? 한주간의 긴장을 푸는 방법으로는 이만한 것이없다.